카오스와 코스모스

 

오늘 살펴볼 단어는 chaoscosmos입니다. 카오스는 태초의 혼돈을 의미합니다. 빛과 어둠도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형체도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카오스가 텅빈 상태는 아닙니다. 사물의 씨앗들이 그저 존재하는 상태입니다.
 

시간도 없이 존재하던 카오스에 균열이 생겨 틈새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서 신들과 괴물들이 생겨납니다. 혼돈 속에서 나온 존재들이라 거칠고 난폭했습니다. 사실 초기에는 신과 괴물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다들 괴물에 가까웠습니다. 승리한 쪽은 신, 패배한 쪽은 괴물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카오스와 코스모스

 

 

chaos (혼돈)

 

 카오스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 딸의 방입니다. 아빠가 치워주기전까지 딸의 방은 말 그대로 ‘카오스’, 즉 ‘혼돈’입니다. 아빠의 잔소리와 손길이 지나가야만 질서와 조화가 자리합니다. 그전까지는 방이 아니라 소굴입니다.

 

여러분도 카오스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앱의 바탕화면을 봅시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앱들은 디지털 ‘카오스’입니다. 이러한 혼돈 상태는 결국 사용자가 의지를 가지고 정리하고 삭제를 해야만 질서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처럼 혼돈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질서와 조화의 세계를 코스모스(cosmos)라고 합니다.

cosmos (질서, 조화)

 

혼돈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인 질서의 시대를 가져온 존재가 바로 그리스 신화 속의 제우스입니다. 제우스는 번개를 무기로 사용하는데, 이는 ‘빛’을 상징하며 어둠과 혼돈을 몰아내는 힘을 의미합니다. 제우스 이후 세계는 ‘로고스(logos)’, 즉 이성과 질서의 시대가 됩니다. 이렇게 카오스가 물러나고 등장한 세계가 바로 코스모스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인 코스모스의 꽃말 역시 ‘조화’입니다. 코스모스 꽃의 단순하면서도 균형 잡힌 형태는 ‘질서와 조화’라는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cosmos flower (조화를 상징하는 꽃)

 

여기서 피타고라스가 등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그는 cosmos를 우주라는 의미로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cosmos는 universe라는 단어에 밀려 별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cosmos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입니다. 특히 현대에 들어와서 cosmos는 universe를 밀어낼 정도로 세력을 키웠습니다. 불세출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유명한 저서 『코스모스(Cosmos)』 덕분이었습니다. 

 

최근 과학계에서도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새로운 맥락에서 주목받습니다. 바로 ‘카오스 이론(Chaos Theory)’ 때문입니다. 카오스 이론은 언뜻 무질서하게 보이는 현상 속에도 숨겨진 규칙과 질서가 있다고 봅니다. 예측 불가능하게 보이는 날씨, 복잡한 주식 시장, 인간 관계 등도 결국 질서와 혼돈이 긴밀히 연결된 모습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카오스는 더 이상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씨앗이 되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Cosmos가 들어간 영어 단어 중에서 cosmetic이 있습니다. ‘cosmetic’화장품이라는 말입니다. ‘cometic’의 어원은 풀어보면 조화로운, 질서있는이라는 뜻입니다. 화장품의 기능을 생각해 보면 금방 느낌이 오질 않습니까?

 

혼돈상태의 얼굴에 조화를 만들어 준다...’

 

어지럽고 카오스적(?)인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면 질서와 조화가 생겨납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참으로 기막힌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cosmetic (조화를 만들어 주는 화장품)

 

 

 

화장품을 통해 카오스 상태의 얼굴이 코스모스로 바뀌듯이, 우리는 일상에서도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며 살아갑니다.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싹트듯이, 우리의 삶도 매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혼돈(chaos)과 질서(cosmos)는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이 혼돈스럽게 느껴질 때, 작은 질서 만들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다음은 제가 쓴 "신들의 선물" 책입니다. 신화에서 나온 영단어와 그 유래를 밝혀 쓴 책입니다. 신화를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보세요.

 

 

필요하신 분은 교보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태초에 카오스가 있었습니다. 카오스는 ‘어지럽고 무질서해서 혼란한 상태’입니다. ‘혼돈’이라고도 합니다. 카오스는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이 혼돈은 단순히 무질서가 아니라, 무언가가 시작되기 직전의 거대한 가능성이 숨 쉬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러분의 방을 둘러봅시다. 주인이 빠져나간 옷들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할 일 없는 필기구들은 책상 위를 굴러다닙니다. 책들은 방바닥에 나뒹굴며 발 디딜 틈도 없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혼돈 상태지만 주인의 손길을 거치면 질서가 탄생합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안에는 사람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차 있습니다. 도로 위에는 옴짝달싹 못하는 차들이 경적만 울려댑니다. 또 하나의 카오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혼돈의 와중에도 일터를 찾아 일상에 질서를 부여합니다.

 

카오스는 그리스 말로 비어 있는 ‘틈새(chasm: 캐즘)’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카오스가 단순히 비어 있는 상태만은 아닙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물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태양, 달, 별 등, 세상의 씨앗이 될 재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카오스는 말하자면, 거대한 창조의 원료 창고와도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신화 속에서 카오스는 단순히 혼란의 끝이 아니라, 질서의 시작이었습니다. 창조는 항상 혼돈 속에서 태어난다는 상징입니다.

카오스 후손


Chaotic (케이아틱: 혼돈상태의, 어지러운)

‘chao(카오스)+tic(형용사)’으로 ‘카오스적인’을 뜻합니다. 카오스적인 방을 만드는 것은 그 주인입니다.

 

Chasm (캐즘: 아주 깊은 틈새)

‘chasm(하품하다)’입니다. ‘하품할 때 생기는 입 속의 텅 빈 공간’을 어원으로 해서 ‘틈새’를 뜻합니다. 지구가 하품하는 것 같은 지진은 거대한 틈새(chasm)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즉시 카오스 상태가 됩니다.

 

Gas (개스: 기체, 가스)

‘gas’도 카오스에서 나왔습니다. 언뜻 보면 gas는 카오스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17세기 한 벨기에 의사는 고체나 액체가 아닌, 보이지 않는 물질을 발견합니다. 그는 이 투명한 물체의 상태가 카오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chaos에서 ‘ch’를 ‘g’로 바꾸고 ‘o’를 뺀 다음 ‘gas(기체)’라고 이름 짓습니다.

 

Gasoline (개설린: 가솔린)

미국에서는 ‘개스(gas)’가 때로 ‘가솔린(gasoline)’으로 쓰입니다. 분명 액체인 가솔린을 기체인 가스로 쓰는 까닭에 헷갈립니다. 카오스에서 나온 말답게 혼돈을 일으킵니다. 가솔린은 ‘가스가 되기 쉬운’이라는 뜻입니다. 가솔린은 엔진 내부에서 기체(gas)가 되어 공기와 섞여 불이 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솔린을 ‘개스(gas)’라고 합니다.

Chaos Theory (캐이어스 씨어리: 카오스 이론)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브라질에 있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 논문을 한 줄로 요약하면,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5,600km나 떨어진 곳에 토네이도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에서 카오스 이론이 나왔습니다. 이 이론은 날씨나 주식시장 같은 복잡한 현상들로부터 규칙성을 찾게 해 주었습니다. 영화 ‘쥐라기 공원’이나 ‘나비효과’ 등은, 카오스 이론에 기초한 영화들입니다.

카오스 친구


Entropy (엔트로피: 무질서 정도)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의미합니다. ‘모든 반응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즉, 엔트로피는 혼돈의 카오스를 사랑합니다. 방 정리해 봤자 금방 어지럽게 만들어 버리는 범인입니다.

 

Apple (애플: 사과)

달고 향기로운 사과는 곧잘 카오스를 만듭니다. 영어에는 ‘the Apple of Discord ’라는 유명한 표현이 있습니다. ‘불화의 사과’라는 뜻입니다. 고작 ‘불화의 사과’ 하나 때문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고 그리스와 트로이는 카오스가 되었습니다.

에덴동산의 사과 (선악과)도 카오스를 가져왔습니다. 아담과 이브는 사과 하나 잘못 따먹고 벌거벗은 채로 낙원에서 쫓겨났습니다. 낙원 밖은 순진한 이들에게 혼돈의 카오스였습니다.

 

요즘은 애플사(Apple)가 불화(discord)를 조장합니다. 애플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 한 바탕 카오스가 발생합니다. 불화의 사과가 맞습니다.

 

Chaos: ‘텅 빈 틈새’에서 나온 말로 무질서나 혼돈을 뜻합니다.

 

다음은 제가 쓴 "신들의 선물" 책입니다. 신화에서 나온 영단어와 그 유래를 밝혀 쓴 책입니다. 신화를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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