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포스터가 아닙니다!

 

the Miracle Worker, 1962

 

뛰어난 제자에게는 반드시 훌륭한 스승이 있습니다. 제다이 루크에게 마스터 요다가 있었듯이, 헬렌 켈러(Helen Keller)에게는 애니 설리번(Annie Sullivan)이 있었습니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를 돌보고 가르쳐 글자를 깨닫게 한 애니 설리번. 헬렌 켈러의 친구였던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더할나위 없이 적절하게 묘사했던 것처럼 애니 설리번이야 말로 미라클 워커(Miracle Worker)”였습니다.

 

헬렌 켈러는 유아기에 병을 앓고 난 후 시각과 청각을 잃어버렸습니다. 보고 듣지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그녀의 상태는 그야말로 암흑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단절된 세상 속에서 후천적 배움이 없었기에, 그녀는 난폭한 어린 동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개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손으로 움켜쥐고 먹었습니다. 화가 나면 마구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사람을 때리기 일쑤였습니다. 

 

거즘 희마을 포기한 부모는 마지막으로 애니 설리번을 초청해서 딸을 맡깁니다. 그녀는 장애인 교육에 대한 열정과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자신 역시 맹인이나 다름없었기에 애니 설리번은 다른 장애인들의 좌절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는 우선 헬렌이 정해진 자리에 앉아 수저로 식사하는 습관부터 길러주려고 했습니다. 헬렌은 처음에는 강하게 저항했고, 몸부림을 쳐서 식탁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애니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식사 한끼를 놓고도 몇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이기 수백 번, 난폭한 어린 동물 같던 헬렌은 의자에 앉아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합니다. 가족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눈앞의 "작은 기적"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애니 설리번은 헬렌의 행동거지가 개선된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의사는 물론 헬렌의 부모도 불가능하다고 포기했던 일을 시작합니다. 헬렌에게 언어를 가르치려 한 것입니다.

 

"헬렌에게 언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단순히 행동을 바꾸는 것은 짐승을 길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 애니 설리번과 헬렌 켈러는 진정한 기적을 향한 잊지 못할 여정을 시작합니다.  

 

애니는 헬렌에게 "손가락 철자 (Finger Spelling)"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헬렌의 손바닥에 "D-O-L-L"이라는 철자를 하나하나 새겨 넣으며 인형을 쥐어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헬렌은 이 과정에서도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손을 붙잡히는 것을 강제로 구속당하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애니의 손을 뿌리치고, 발버둥치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애니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매일 매일, 한 단어씩, 반복적으로 헬렌에게 언어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헬렌이 "W-A-T-E-R"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순간입니다. 애니는 헬렌을 데리고 수도가로 데리고 가서, 그녀의 손에 물을 흐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에 "W-A-T-E-R"라는 철자를 반복해서 새겼습니다. 그 순간, 헬렌의 얼굴에 전광석화처럼 깨달음이 스칩니다. 물이 단순한 촉감을 가진 것만이 아니라 "이름을 가진 것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입니다. 헬렌은 애니의 손을 잡고 반복해서 "W-A-T-E-R"를 새기며 흥분에 겨워 합니다.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과 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할만한 감동적인 연기였습니다.

 

Obedience without understanding is a blindness.

-- Annie Sullivan, The Miracle Worker (1962)

이해하지 않고 따르는 것은 눈먼 것과 같아.

-- 애니 설리반, 미라클 워커 (1962)

 

Behind Story

 

1. 원작

   “The Miracle Worker”는 원래 1957년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제작되었으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62년 영화로 만들어 졌을 때, 연극에서 애니 설리번 역을 맡은 앤 밴크로프트(Anne Bancroft)와 헬렌 켈러 역을 맡은 패티 듀크(Patty Duke)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둘은 뛰어난 연기로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2. 격렬했던 촬영 현장

  식사 장면에서 헬렌과 애니의 싸우는 것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습니다. 감독인 아서 펜(Arthur Penn)은 두 사람의 절실한 에너지가 생생하게 화면에 전달되길 원했습니다. 감독은 두 배우가 실제로 7분 동안이나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것을 한번에 촬영했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 배우들은 온 몸에 타박상을 입고 멍이 들었으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탈진했다고 합니다. 리얼리티를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한 감독과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이었습니다.

 

3.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의 우정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 이 두 사람의 보기 드문 관계는 애니 설리번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애니 설리번은 헬렌의 평생의 조력자이자 친구로 남았으며, 헬렌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Ben-Hur" 

 

서기 26, 로마 황제가 유대 지역의 예루살렘을 방문하려고 합니다. 로마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지상 최강의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인간 세상 최고 권력자가 굳이 3,000km나 떨어진 황량한 촌구석에 행차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지상 최고 권력자인 로마 황제는 심기가 아주 불편했습니다. 돼지 고기도 먹지 않는 미개한 유대인들이 위대한 로마 제국에 반항하기 때문입니다. 메시아로 떠 받드는 목수 출신 예언자 나부랭이가 로마를 멸망시키고 자신들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환상 속에서 말입니다.

 

당시 예루살렘 로마 주둔군 사령관은 메살라(Messala)였습니다. 촌구석에 쳐박혀 로마로 돌아갈 기회만 엿보던 야심에 가득 찬 젊은 장군에게 행운이 찾아 왔습니다. 메살라는 늙은 염소만큼이나 고집센 유대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서 황제에게 눈도장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는 사람은 좋지만 모질지 못한 전임 총독에게 유대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지긋지긋한 석회 가루 때문에 콜록거리던 총독은 메살라에게 하소연합니다. 몸이야 가두고 고문할 수도 있지만 머릿속에 있는 사상과는 싸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둥에 묶여 불에 타 죽어가면서도 찬송가를 부르는 예수교도들의 광기에 질린 것입니다. 총독은 한술 더 떠서 예수라는 목수가 가져올 "하늘의 왕국"을 믿고 있는 눈치입니다.

 

메살라는 나약한 총독을 비웃으며 사상에는 사상으로 싸워야 한다고 대꾸합니다. 신의 아들이 다스리는 하늘의 왕국에 로마 황제가 지배하는 지상의 왕국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메살라는 황제의 지엄한 권위를 보이기 위해 유대인 몇 백명쯤은 화형대에 세울 작정입니다. 그는 이후에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 벤허(Ben Hur)를 배신합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을 탄압하며 지상의 왕의 힘을 과시하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습니다.

 

메살라의 말입니다.

 

You ask how to fight an idea. I'll tell you how. With another idea.

-- Messala, Ben-Hur (1958)

아이디어와 어떻게 싸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내가 알려 드리지요. 또 다른 아이디어로 싸우는 겁니다.

-- 메살라, 벤허 (1958)

 

 

Behind Story

 

Ben-Hur 1959년 개봉된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 감독의 영화로, 헐리우드 역사상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로마의 휴일같은 동화 같은 영화를 찍던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대작 서사 영화입니다.

 

1. 전설적인 "전차 경주"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전차 경주는 지금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거대한 세트에서 배우들이 직접 전차를 몰고 달립니다. CG하나 없이 말그대로 목숨 걸고 촬영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물리적 위험을 극복한 놀라운 촬영이었습니다. 실제 촬영은 이탈리아 스튜디오에 특별히 만든 거대한 세트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세트는 당시 영화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수천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습니다.

 

말과 전차를 조종하는 장면은 배우들과 스턴트 팀이 직접 연기했습니다. 주연배우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은 전차 조종 기술을 직접 배워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한 스턴트맨이 전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장면 일부는 그대로 영화에 포함되었습니다. 전차가 부서지고 기수가 땅에 나뒹구는 장면입니다. 전차를 몰고 질주하던 주연 배우 찰턴 헤스턴이 놀라서 어깨 너머로 돌아 보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잡힙니다.

CG 덩어리인 요즘 영화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아찔한 박진감에 그야말로 손에 땀이 차고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2. MGM의 도박

Ben-Hur의 제작비는 당시 기준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영화 제작비는 약 1500만 달러(오늘날 기준으로 수억 달러에 해당)였습니다. TV가 미국 가정에 보급되면서 영화 제작사들은 위기에 처합니다. 편당 제작비가 높았던 뮤지컬 등 대작 영화에 의존하던 MGM 스튜디오의 경우에는 더욱 사정이 나빴습니다. 영화사를 파산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거액을 투자한 도박이었습니다.

 

다행히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195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이 기록은 이후 타이타닉 (Titanic, 1997)”반지의 제왕 3부작 (Lord of the Ring)” 전까지 깨지지 않았습니다.

(MGM2022년 아마존에 인수되었습니다.)

 

3. 예수의 얼굴

영화에서 예수는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로마가 예루살렘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것이 메시아로 출현했다는 예수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에 의해 노예로 팔려가던 벤허는 뜨거운 모래 사막에서 탈진해 쓰러집니다. 로마 군인들이 벤허에게 채찍질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 그에게 물 바가지를 건넵니다. 물을 건네던 낯선 이에게 채찍을 들어 올리던 로마 군인이 주춤거리며 손을 내리고 뒤로 물러 섭니다. 허겁지겁 물을 마시고 난 벤허가 성스러운 빛으로 둘러싸인 사람을 올려다 봅니다. (관객들은 예수의 뒷 모습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의 얼굴은 한 번도 화면에 비치지 않습니다. 이는 예수를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하려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의도였습니다. 감독은 성스러운 존재의 모습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려 했습니다. 예수의 손과 실루엣만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현기증 (Vertigo), 1958

Alfred Hitchcock

 

경찰이었던 주인공 스코티(Scottie Ferguson)는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 사건으로 그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됩니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그는 심각한 고소공포증과 현기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가 느끼는 현기증은 아스피린을 한알 삼키면 사라지는, 단순히 머리가 어지러운 수준이 아닙니다. 단단해 보이는 아스팔트가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고, 환각으로 세상이 울퉁불퉁 뒤틀리는 듯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총을 쏘거나, 누군가를 쫓아야 하는 경찰일은 불가능합니다.

 

스코티는 은퇴 후 사립탐정으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가 맡는 일들은 탐정이라기보다는 심부름 센터에 가까운 것들입니다. 이웃집 고양이를 찾아주거나 길을 잃은 할머니를 도와주는 일처럼 자잘한 일들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옛 대학 친구로부터 뜻밖의 의뢰를 받습니다. 자신의 부인인 매들린(Madeleine)을 감시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심각한 신경증을 앓고 있는 그녀가 위험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스코티는 매들린을 감시하면서 점점 그녀에게 끌리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매들린은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을 때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바라봅니다. 남자들은 그녀의 매력에 반해서, 여자들은 그녀의 미모를 질투해서 입니다.

 

어느 날, 용기를 낸 스코티는 매들린에게 산책을 제안합니다. 무뚝뚝하지만 배려심 많은 스코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매들린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며 이렇게 말합니다.

 

    "혼자서는 헤매는 것이지만, 둘이 함께라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거죠."

 

멋진 작업 멘트입니다. 그러나 흔들리는 두 남녀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상처입고 불안한 남자와 정체와 과거를 감춘 여자 앞에는 파멸이 흉측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습니다.

 

 

Only one is a wanderer; two together are always going somewhere.

-- Madeleine Elster, Vertigo (1958)

혼자서는 헤매는 것이지만, 둘이 함께라면 어디론가 가고 있는 거죠.

-- 매들린 엘스터, 현기증 (1958)

 

Behind Story

 

1. 돌리 줌(Dolly Zoom) 기법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은 현기증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주인공의 머릿속 신경 다발이 꼬여서 발생하는 현기증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와 제작진은 돌리 줌(Dolly Zoom) 기법을 개발해서 고소공포증 장면에 사용했습니다. 이 기법은 카메라를 뒤로 이동시키면서 동시에 줌 인(Zoom-in)을 하는 방식입니다. 주인공이 높은 종탑에서 건물 바닥을 내려다 볼 때 돌리 줌이 사용됩니다. 갑자기 바닥이 울렁거리며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주인공이 종탑에서 추락해서 머리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CG가 없던 시절의 영화인들은 그래픽 대신 머리를 써야 했습니다.

 

2. 매들린의 의상과 스타일

히치콕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들은 전형적인 백인 미녀들이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 정도로 예측 가능합니다. 히치콕은 여배우들의 외형을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연출했습니다. 미술학도 출신이라서 디자인에도 일가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히치콕은 킴 노박(Kim Novak) 역시 매들린 역에 맞추도록 주문했습니다. 킴 노박은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물론 걸음걸이까지 철저히 감독의 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 극중에서 매들린이 자주 입고 나오는 회색 슈트는 캐릭터의 차갑고 신비로운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킴 노박은 현기증에서 출현한 이미지대로 영화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3. 흥행 실패에서 걸작으로

1958년 개봉 당시 Vertigo는 흥행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트뤼포(François Truffaut)등 젊은 프랑스 감독들이 히치콕과 그의 작품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히치콕은 영화의 신반열에 올랐고 그의 작품들 역시 다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그렇고 그런 영화였던 현기증역시 지금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영국 영화협회(BFI)의 설문조사에서 오슨 웰스의 Citizen Kane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영화대사 100
이 책은 우리에게 지혜와 영감을 주는 영화 속 명언 100개를 선택하여 우리말로 옮겨 놓았습니다. 각 영화 명언은 해당 영화 제목과 대사를 말했던 캐릭터를 밝혀 놓았습니다. 우리말은 가능한 영어 뉘앙스를 잘 표현하도록 해석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에 최적화 시켰습니다. 전철이나 버스 안, 혹은 벤치에 앉아서 잠깐씩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영화 속 명언들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성태, 서정석
출판
남과 다른 나
출판일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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