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ugh, thank you." 


 영어 교육과에서 놀란 것은 외국인 교수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세계화(!) 되기 이전, 인터넷도 잘 안 되던 모뎀 bps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교수 (Bob)가 있었습니다. 충격과 감동이었습니다.  
 
 Lab 실에서 첫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외국인 교수는 돌아가면서 학생들에게 교재를 읽도록 하였습니다. 똑 같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왔지만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달랐습니다. 여학생들은 정말 발음이 좋더군요. 

여학생들이 읽을 때 반응,
  "와!"

남학생들이 읽을 때 반응.
 "킥킥킥!"

 같은 남자지만 들어주기 거북했습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제 차례가 왔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영어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30초가 지났을려나...
 외국인 교수님이 저를 배려해 주더군요. 
 
"Enough, thank you."
   ......
 
"킥킥킥!"


 그 때부터 '30초'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그 많은 여자 동기들 앞에서 부끄럽더군요. ㅎ
  


 




 
 


 




전공은 알고 하자!


 영어를 전공하고, 영어 가르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영어의 프로라고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제가 영어를 전공하게 된 것은 전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너무 설득력있었던 고3 담임이 제 전공을 정해 주었거든요.

 대한민국 고3이면 누구나 치르던 원서영역시험이었습니다. 저하고 일절 상의도 없이, 담임은 K대 영어교육과 원서를 써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원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담임이 원서를 써 놓고 도장만 찍으라고 하더군요.

  불만에 가득찬 제게 담임선생님은  "반박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더군요. 

 첫째,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하향 지원이다.
 둘째, 집이 어려우니 대학가면 과외를 해야 한다. 영어교육과면 과외 줄 선다.

 대한민국 고3에게 기성세대의 너무나 현실적인 제안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사대라 여학생이 많다."

 경제적 미끼에도 꿈쩍않던 열혈 고3은 그 한 마디에 저항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k대 영어교육과에 갔고 졸업했습니다. 

 영어교육과에서 배운 것은?
 
감산신고(
  ) , 즉 인생이었습니다. 주로 쓴 맛이었지만요.
그리고 어른들 말 무시하면 안 되겠다라는 것도요.
특히, "학점은 평생 따라 다닌다"라는 불변(!)의 진리를요.

 다음부터 영어 고군분투기를 올리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