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뿐 아니라 영어 원서를 사 놓고 몇 페이지 못 넘기고 그만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짧은 글만 읽던 방식으로 긴 글을 읽으려 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랜 수업을 통해, 그리고 딸과 원서를 읽으며 두 번 실패하고 찾은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엮은 『노인과 바다: 끝까지 다 읽는 영어 원서(개정판)』를 소개하겠습니다.

0. Quiz 🎯
※ 『노인과 바다』 1장 세 번째 문장입니다. 의미 단위로 끊어 보세요.
But after forty days without a fish the boy's parents had told him that the old man was now definitely and finally salao which is the worst form of unlucky and the boy had gone at their orders in another boat which caught three good fish the first week.
정답 보기
But after forty days/ without a fish/ the boy's parents had told him/ that the old man was now definitely and finally salao/ which is the worst form of unlucky/ and the boy had gone/ at their orders/ in another boat/ which caught three good fish/ the first week.
(그러나 40일이 지난 뒤/ 고기 한 마리 없이/ 소년의 부모는 그에게 말했었다/ 노인이 이제 확실히 그리고 완전히 살라오라고/ 그것은 최악의 불운이다/ 그리고 소년은 갔다/ 부모의 명령에 따라/ 다른 배로/ 그 배는 좋은 고기 세 마리를 잡았다/ 첫 주에)
빗금 수가 조금 달라도 괜찮습니다. 의미 덩어리가 맞으면 됩니다. 이 책에 실린 빗금 그대로입니다.
빗금 없이 한 번에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이 글은 가볍게 보셔도 됩니다. 중간에 which가 두 번 나오면서 길을 잃으셨다면 끝까지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해석 아래의 우리말이 어색하게 느껴졌다면 그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3번 항목에서 설명하겠습니다.
1. 원서 읽기는 마라톤입니다
수능, 토익, 토플의 짧은 글 읽기와 원서의 긴 글 읽기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단거리 달리기와 장거리 달리기입니다. 똑같은 달리기처럼 보이지만 100m와 마라톤에서 동시에 우승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야구에서는 오타니 쇼헤이가 투타 겸업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지만, 육상에서는 아직 "오타니"가 없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짧은 글만 읽다가 긴 글을 갑자기 잘 읽을 수는 없습니다. 원서를 읽고 싶다면 원서를 읽어야 한다는 역설. 문제는 그 첫 한 권을 어떻게 끝까지 읽느냐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딸과 공부하면서 뼈아프게 다시 배웠습니다.
2. 딸과 원서 읽기: 두 번의 실패
2-1. 첫 번째 실패: 15분 만의 백기
영어를 전공하고 이십 년 넘게 영어 학원을 운영했지만, 정작 딸의 영어는 학교에 맡겨 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볶음밥을 깨작거리던 초등학생 딸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아빠, 학교 영어책이 어려워. 애들은 다 잘한단 말이야."
딸바보 아빠가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날로 당장 직접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교재는 학원에서 오래 쓰던 『어린 왕자』 원서였습니다. 여러 학생들이 읽고나서 좋은 결과를 얻었던 책이었으니 우리 딸도 당연히 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딸은 어린 왕자 원서를 앞에 두고, 그것도 한 문장을 넘기지 못하고 15분 정도를 혼자 낑낑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빠 눈치를 보며 어찌어찌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려던 딸은 결국 눈물을 글썽이며 백기를 들었습니다.
"아빠, 못하겠어, 너무 힘들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사교육 한번도 받지 못한 아이의 영어 실력을 과대평가한 딸바보 아빠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였습니다.
2-2. 두 번째 실패: 해석이 너무 정확해서 문제
전략을 바꿔 한글 번역판 『어린 왕자』를 딸과 함께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딸은 다행히도 어린 왕자에 푹 빠졌고, 어린 왕자의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만만하게 원서를 펼쳤습니다.
이번에는 딸이 두부를 칼로 자르듯 거침없이 해석을 적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Once when I was six years old I saw a magnificent picture in a book,
(옛날에 내가 여섯 살 때, 책에서 멋진 그림을 보았다.)
"아빠, 내용이 틀려?" 딸이 물었습니다. "아니, 내용이 너무 정확해서 문제야." 펜으로 한 단어씩 짚으며 다시 해석하게 하자 딸은 이렇게 읽었습니다.
(한때, 때, 나, 육 년 ~)
딸은 원서를 해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글판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려, 아는 단어 몇 개를 실마리로 우리말 문장을 지어내고 있었습니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영어와 한국어는 단어가 놓이는 순서, 즉 어순이 다릅니다. 영어를 전공한 아빠가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3. 실패에서 배운 것, 책에 넣은 것
그 뒤로 딸과 끊어읽기부터 다시 시작했고, 결국 『어린 왕자』 원서를 읽어 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들을 『노인과 바다』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3-1. 번역이 아니라 해석
딸에게 이 두 가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I love you.
① 나는 사랑한다/ 너를.
② 나는 너를 사랑한다.
①은 영어가 쓰인 순서대로 옮긴 해석이고, ②는 우리말 순서에 맞춘 번역입니다. 해석은 자기만 알아보면 충분합니다. 번역은 독자를 위해 모국어 순서로 바꾸는 일입니다. 번역이 편하지만, 번역에 기대면 영어가 쓰인 순서를 익힐 수 없습니다.
→ 그래서 이 책에는 원문 전체의 한국어 번역을 싣지 않았습니다. Quiz의 우리말이 어색했던 것도 영어 순서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3-2. 끊어 읽기
아빠가 정성스레 끊어읽기 해 두었던 어린왕자 원서를 보던 딸이 말했습니다.
"끊어 읽기 하니까 편하다. 단어들이 덩어리로 보여. 긴 문장도 읽기 편하고."
처음부터 원서에 있는 긴 문장을 술술 읽을 수는 없습니다. "Divide and Conquer". 어렵게 보였던 긴 문장들을 짧게 의미 단위로 쪼개면 쉽게 눈에 들어 옵니다. 한 번 봅시다.
But after forty days/
without a fish/
the boy's parents had told him/
that the old man was now definitely and finally salao/
which is the worst form of unlucky/
and the boy had gone/
at their orders/
in another boat/
which caught three good fish/
the first week.
끊어서 보니 읽을만하지 않습니까?
→"노인과 바다: 끝까지 다 읽는 영어 원서" 본문에는 끊어 읽기 빗금 4,516개가 들어 있습니다. 빗금이 익숙해지면 스위치로 끌 수 있습니다. 교보eBook 앱에서는 챕터가 시작할 때 선택할 수 있습니다.

3-3. 사전 대신 작품 속 뜻
처음 원서를 읽을 때 모르는 단어마다 사전을 찾으면 집중력이 흩어집니다. 끊어 읽기만으로도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지만, 필요한 분들을 위해 절별 단어장을 책 뒤에 실었습니다. 챕터별 개요에서 해당 절의 단어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 절별 단어 803개를 그 단어가 나오는 절에 모아 두었습니다. 뜻은 사전의 첫 뜻이 아니라 그 장면에서 쓰인 뜻으로 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1장 1절에는 unlucky(불운한), gaff(갈고리 장대), harpoon(작살)이 있습니다.
종이 단어장이 익숙한 분들을 위해 pdf, excel, anki용 csv 파일까지 부록으로 첨부했습니다.
3-4. 줄이지 않은 원문
축약본으로 읽으면 쉬워 보이지만 재미가 없습니다. 무성한 잎과 가지를 쳐내고 뼈대만 남긴 책은 엑스레이 사진으로 사람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 이 책은 원문 26,566단어를 줄이거나 쉬운 말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실었습니다.
3-5. 막히면 우리말 개요로
한글판으로 내용을 먼저 알고 나니 딸은 원서를 덜 무서워했습니다. 다만 두 번째 실패에서 보았듯이, 내용 기억만으로 해석을 때려잡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본문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한 개요를 책 뒤에 실었습니다. 개요의 절 번호를 누르면 본문의 같은 절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개요는 먼저 읽는 대본이 아니라 막혔을 때 확인하는 지도로 쓰는 편이 좋습니다.
→ 이 책은 본문을 12장 121절로 나누고 절마다 번호를 붙였습니다. 챕터별 개요도 같은 번호로 정리했습니다. 막히는 절이 있으면 개요에서 같은 번호를 읽고 돌아오면 됩니다.
4. 이런 분께 맞습니다
원서를 샀다가 앞부분에서 멈춘 분, 번역 없이 원문으로 한 권을 끝까지 읽어 보고 싶은 분, 줄이지 않은 헤밍웨이의 문장을 직접 읽고 싶은 분께 맞습니다.
반대로 영어 문장의 주어와 동사를 아직 찾기 어렵다면, 제 딸이 그랬듯이 짧은 문장과 더 쉬운 책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어린 왕자』 원서 읽기는 아래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끊어 읽기와 직독직해로 영어식 사고 키우기 (어린 왕자)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5. 핵심 정리
- 원서 읽기는 짧은 지문 읽기와 다른 장거리 달리기이다.
- 번역이 아니라 영어가 쓰인 순서대로 해석해야 영어식 어순이 익는다.
- 끊어 읽기는 단어를 의미 덩어리로 묶어 긴 문장을 보이게 한다.
- 처음에는 사전보다 문맥 속 뜻을 보며 해석에 집중한다.
- 우리말 개요는 대본이 아니라 막혔을 때 보는 지도로 쓴다.
6.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한국어 번역이 들어 있나요?
A1. 원문 전체의 한국어 번역은 없습니다. 영어 원문을 그대로 읽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절마다 번호를 맞춘 한국어 개요와 절별 단어 뜻이 있습니다.
Q2.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A2. 헤밍웨이는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뛰어난 걸작들을 썼습니다. 원서, 고전이라는 무거운 부담만 넘어서면 충분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Q3. 분량은 얼마나 되나요?
A3. 원문 26,566단어, 12장 121절입니다. 하루 한 장씩 읽으면 12일, 하루 한 절씩 읽으면 넉 달 정도 걸리는 분량입니다.
Q4. 빗금은 어떻게 켜고 끄나요?
A4. 각 챕터가 시작하는 곳의 스위치로 켜고 끕니다. 교보eBook 앱에서는 챕터마다 다시 선택합니다.
Q5. 단어장 파일은 어디서 받나요?
A5. 전체 단어장(PDF, 엑셀, Anki 카드 파일)은 교보 상품 페이지의 [부록 다운로드]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7. 책 구입과 부록 안내
책은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구입한 뒤에는 상품 페이지의 [부록 다운로드]에서 절별 단어장(PDF, 엑셀, Anki 카드 파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 끝까지 다 읽는 영어 원서(개정판) - 교보eBook
이상으로 『노인과 바다』 원서를 끝까지 읽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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